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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는가 - By Alison Gopnik in wallstreet Journal
작성자 Channie 등록일 14.03.19 조회수 116

  

사무엘 존슨은 인간의 욕망을 허영이라고 불렀다. 불교에서는 욕망은 끝이 없다고 표현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인간은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에 갇히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세 가지 문장 모두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욕망하고 계획하고 일하지만 결국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나면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어주는 결정을 내릴 때마다 진화론은 우리의 행복 지표를 제로로 다시 맞춰놓는 것 같다. 여름이 되니 이런 얘기가 새삼 깊이 와 닿는다. 바쁜 겨울 내내 필자는 지금 즐기고 있는 이 여름휴가를 바랐고 계획했고 준비했다. 필자는 템즈 강변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하면서 평온한 여름을 보낼 꿈에 부풀었다.

 

강변을 처음 산책했을 때에는 당연히 황홀경에 빠졌다. 그런데 똑같은 길을 다섯 번쯤 산책하고 나니 평범한 일상이 돼버렸다. 길고 긴 잉글랜드의 밤 시간은 무겁게 느껴졌다. 게다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책은 지난해 12월보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인간진화 수수께끼에 대한 단서 짝짓기 관점에서 본 인간사회 이 또한 인간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일 것이다. 경제학자인 아서 롭슨은 흥미로운 진화론을 주장했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진화는 ‘대리인 딜레마(위임자와 대리인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에 빠져 있다. 진화는 ‘대리인’인 생물체가 적합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애쓰는 ‘위임자’다.

 

그런데 어리석은 동물이 이 고귀한 진화의 계획을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진화를 의인화하는 것은 물론 비유법의 일종이다. 더 적합한 생물이 생존하고 번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진화는 그 자체로는 의도가 없다.)

 

단순한 생물인 민달팽이를 예로 들어보자. 진화는 매우 적확한 동기를 가지고 민달팽이가 움직이게 만든다(음식을 향해 움직이고 빛을 멀리 하는 것). 복잡한 사고를 하는 우리 인간들의 경우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여러 가지 미래를 상상하고 그 중에서 선택을 하면서 행동한다. 우리의 동기부여체제는 우리의 ‘적합성’이 개선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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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필자는 다른 마을로 갔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강물을 바라보고 푸른 초원을 음미하며 과일을 맛봤는데 이전 마을보다 특별히 감흥이 더 생기지 않는다. 필자가 행동했고 혜택을 누렸다. 그런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불필요한 사치’일 뿐이다.

 

행복을 원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그저 행복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합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필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다른 원천을 상상해야 한다. 그 원천을 상상하면 다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로 옆 언덕 위의 나무에서 더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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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는 필자가 원하는 바에 관심이 있지, 진화론이 필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있지는 않다. 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 필자가 정말 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데도 객관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솔직히 템즈강은 아름답다. 초원은 푸릇푸릇하다. 음식은 글쎄, 잉글랜드 음식이 예전에는 별로라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괜찮아졌다. 쓰고 있는 책도 어쨌든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진화론을 무시하고, 끝없는 욕망과 야심의 쳇바퀴에서 내려서서 불교에서 말하는 편안한 자기만족의 세계로 들어가야 할까? 그래도 우리 인간은 적어도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아무리 찰나라고 할지라도 조금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해답이 바로 저 다음 언덕에 있을 것만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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