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대학과 목표 대학은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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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Channie | 등록일 | 14.03.20 | 조회수 | 262 |
새 학기 고3이 되면 담임교사가 꼭 조사하는 것이 있다. 학생들의 목표 대학과 학과다. 그런데 적어낸 대학의 면면을 보면 대단한 명문고의 진학 상황을 보는 듯하다. 학생들이 말 그대로 희망하는 명문대학 위주로 나열하기 때문이다. 희망 학과도 문과는 경영학과, 이과는 의과대학이 주류이다. 세상사가 희망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오죽 좋으련만, 그러나 어디 그러한가. 적어도 고3 학생이라면 희망하는 대학과 목표 대학은 구분해야 한다. 저학년 때까지는 희망 대학이 곧 목표 대학일 수 있겠다. 그러나 수능시험까지 1년이 아니라 8개월여 남은 고3 학생은, 희망 대학이 곧 달성 가능한 목표 대학일 수는 없다. 길지 않는 기간에 수능의 등급·백분위 성적 향상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입은 일정한 점수만 획득하면 모두가 합격하는 절대평가가 아니다. 모집 인원 이내에 들어야 하는 석차 경쟁, 즉 상대 평가다. 좋은 대학이라는 희소가치를 획득하기 위해 상위 학력 경쟁자(재수생 포함)도 열심히 공부하는 경쟁 구조에서는 석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나만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하여 욕심만으로 목표 대학을 정하면 방향을 상실한 공부가 되기 쉽다. 합리적이고 적정하게 목표 대학을 정하면 대학 입시가 복잡하지 않다. 목표 대학의 누리집(홈페이지)을 방문하여 요구하는 전형방법대로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입 전형의 총합 수가 2988개다. 작년보다 줄지 않았다”라는 말은 구체적인 목표 대학을 설정하지 못하고, 막연히 전국의 모든 대학을 목표로 할 때 나오는 타령일 뿐이다. 방향 잡고 대입을 준비하기 위한 목표 대학 설정은 어떻게 할까. 첫째 지원 자격을 따져 보도록 하자. 일반전형에서 지원 자격은 대부분 고교 졸업연도(예정자)나 학교장 추천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별전형은 다르다. 농·산·어촌, 특성화고, 장애인, 기회균형(기초생활수급자/국가유공자 등), 특기자(어학/문학/정보/수학/과학 등)전형 등 다양하다. 특별전형에 해당하는 학생이 일반 학생처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예컨대 농·산·어촌/특성화고 학생들은 수능 최저학력을 충족하는 선택적 공부를 해도 될 것이다. 둘째, 직업에 대한 적성과 흥미다. 의과대학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의과대학의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 유급당하여 고통받는 인재들이 많다. 경영학과 공부가 흥미에 맞지 않아 전과하거나 반수를 하는 학생도 많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학과가 좋다고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택하면 최소한 후회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목표 대학 설정은 이처럼 지원 자격, 적성과 흥미를 고려한 학과 선정을 한 이후에 학업 능력을 고려하여 하자. 학업 능력의 객관적 기준은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다. 전국 수험생 중에서 자신의 학력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 모의고사 성적이기 때문이다. 정시는 물론 수시모집 목표 대학도 사실은 내신이 아니라, 모의고사 성적이 기준이다. 수능 최저학력 충족 가능성, 정시모집 합격 가능 대학과 연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의할 것은 현재 서열화된 대학·학과의 평판에만 의존하여 목표 대학을 세우지 말자는 것이다. 간판과 스펙보다는 역량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회 변화 흐름에 비추어 학벌주의는 그리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있다. 직업의 서열화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 세계에서 현재의 진학이 반드시 미래의 진로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에 필요한 공부와 자질은 무엇이고, 이를 어느 대학에서 잘 가르쳐 줄까를 탐색하여 진학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아울러 기회비용이 뒤따르는 대학 진학을 꼭 해야 하는지 한번쯤은 성찰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미래의 진로를 생각하여 현재의 진학을 고민하는 성숙한 목표를 세워보도록 하자. 한겨레 2014.03.17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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