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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누구인가?
작성자 오호근 등록일 08.03.09 조회수 325

올해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 딸 아이에게 전화를 하곤, 왠지 이땅의 아버지는 서러운 이름인 것 같아 어느 신문에 있어 스크랩해논 시 한편을 올립니다.

학생들 문화답사 자료집에 탐재되어 있지만 인쇄하셔서 학생 책상머리에 놓아두면 늦은 저녁 직장에서 퇴근하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려나 하는 생각에...

 

아버지는 누구인가”(전문)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그 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龍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을 결혼시킬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나타내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속담이다.


아버지는 늘 자식들에게 그럴 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이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 모르는 콤플렉스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아 주었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아 주었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그대가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최종적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일반적으로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의 인상은,


 4세때--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때--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세때--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때-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아.

 14세때-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때-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30세때-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때-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前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50세때-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었어.

 60세때-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助言을 들었을 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後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車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2002.09.12 동아일보에서... 작자 미상 글 중에서...)

 

 

 

 

2008. 3. 8  기숙사 사감실에서...

 

때로는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우린 감사의 말마저

 너무 인색하게 살아오지 않았던가요.....

 오늘 아빠의 가슴에, 아님 엄마의 가슴에 멀리서 전화목소리로

 사랑한단 말 한마디 남길 줄 아는

 멋진 용기를 부탁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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